진심의 시대 메모

하나였다고 믿었던 진심이 두 개가 될는지. 아니면 원래 두 개였는지. 그런 건 없는지. 영속 같은 거.
내가 나라는 착각일는지. 삼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일는지. 그래서 네가 내 곁에 있지 않은 건지.

다만 조급해하지 말자.
심호흡을 크게 하고.

메모

끝났다.
아무 말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우울하다 메모

외롭다 우울하다 회식 따윈 가기 싫다

머리가 아프다 메모

지하철에서 젊은(!) 애들이 티격태격한다. 커플인지 친구인지 이내 곧 커플이 될는지. 한때 나도 그렇게 푸릇했던 연애가 있었다. 여기저기 쏘다니고 마구 웃고 지하철에서 심심하면 묵찌빠를 하고.
나이 들어감이 서글프다고 처음으로 느꼈다.

수습이 끝났다. 메모

정확히 말해 행정상으론 아직 아니지만 발령이 났다. 월요일부터 모처로 출근, 출입처가 생겼다. 회사 선배들은 "좋겠다", "이제 인간이 되겠네", "축하해" 따위의 말을 건넸고 "동기들을 봐라, 쟤들은 아직도 경찰 하지 않느냐"라고도 했다.
익숙한 공간과의 분리는 으레 그렇듯 얼마간의 불안을 동반한다. 물론 잠시뿐이라 새로운 공간에서 맘 붙일 곳을 한두 곳 찾는다면 이내 안정되고 말겠지만 또 다시 둥지를 벗어나는 느낌이다. 캡, 일진들, 동기들, 부장, 차장, 심지어 경찰들까지도 사무치게 그리울 것만 같다. 사건팀을 1지망으로 쓸 걸, 하는 후회가 작게 일어난달까.
그렇지만 나는 지속의 안정성과 더불어 언제나 변화를 갈망해 왔고 선택은 옳았다고 믿는다. 멋진 사람, 좋은 사람, 즐거운 사람과 새로 사귈 기대에 약간 들뜨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연애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ㅎㅎ

수습 생활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무엇이 그 자리를 채웠는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4개월 동안 이어진 경찰서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경찰서는 굉장히 안전한 장소였고 안전에 대한 감각이 충족된 나는 집을 애타게 찾지 않았다. 경찰들은 대개 친절했다.
다만 지시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신변이 문제였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울컥하지만 일견 편리한 면도 있었다.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되니까. 노예도 온전한 불행은 아니다.

마포
마포에서의 추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끊임없이 나는 걸었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찬바람이 불어닥쳐도 땀이 났다. 끔찍한 대학 마와리, 촉박한 시간에 넓은 캠퍼스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어진 서부지검 뻗치기에 오들오들 떨었던 것도, 마포서 강력팀 계단에서 쭈그리고 잠을 청했던 것, 밤을 새우고 아침에도 씻지 못한 채 은평서를 떠돌던 것, 금요일밤 홍대 지구대 앞에서 혼자 노숙자꼴을 하고 앉아 있었던 것, 이대 앞 상가 건물에서 지도를 그리다 쫓겨난 것, 어린이책 작가들과 함께 마와리를 돌았던 것, 커피에 속만 쓰리던 지구대 마와리까지. 토요일도 쉬지 못했다. 어느 토요일엔 쪽방촌에 가서 성추행을 당했다. 다방레지와 기자의 차이점이 뭔지 궁금했다.

종로
처음 마포를 겪고 나면 모든 곳이 천국이 될 수밖에 없다(이건 일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종로는 발생사건이 적었고 집회와 기자회견이 주였다. 현장 스케치와 멘트 따기는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문제는 '눈'. 폭설 취재 한두 번은 괜찮았는데 정점을 찍은 건 시내 폭설 스케치였다. 새벽 1~2시에 종로 시내에서 무작정 시민인터뷰를 하고 보고를 마쳤을 때 정말 너무 서러워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추웠고 발은 얼었고 눈은 계속 내렸고 택시는 안 잡혔다. 눈 쌓인 인사동길을 걸어 종로서 앞까지 온 이후에야 겨우 택시를 잡았다. 정말 최악의 경험이었다.

도봉혜화
마포 이후 천국으로 등극한 종로를 정말 떠나기 싫었는데 도봉혜화야말로 진정한 천국인지라 그 다음 영등포로 갈 때 매우 슬펐다. 이곳은 사건이 없을뿐더러 집회도 없어 별다른 할 일이 없었고 타사 수습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일진도 짱, 사랑함.ㅠㅠ 다만 할 일 없는 곳이니 엄한 곳에 차출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를테면 경기도 광주, 수원... 등등.

영등포(관악)
마와리에 대한 의욕을 거의 상실했던 때라 인지부서도 안 챙기고 면피성 보고만 했다. 십억 상자가 터졌고 졸업식이 있었다.

강남광진
하리꼬미 해제. 마와리에 대한 의욕 완전히 상실. 누구 말마따나 마와리식 교육은 3개월이 한계다. 그 이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사건팀에 돌아가게 되면 강력히 건의해야지.

흠흠.. 빨래 널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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